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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추천 도서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울지마 톤즈, 이태석 신부님 이야기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의 발문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2010년 1월, 나는 성모병원 21층 107호실에 입원해 있었다. 4차 항암치료를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복도를 거닐던 중 바로 옆 병실 문 앞에 ‘절대 안정’이라고 쓴 팻말이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한 신부님이 입원하고 계시다는 것이었다. 간호사의 표정이 어두운 것으로 보아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임이 분명했다.

그러나 뜻밖이었다. 햇볕 잘 드는 휴게실 소파에 앉아 항상 그러하듯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데 갑자기 팔에 링거를 꽂은 키 큰 사람이 나타났다. 나와 같은 환자복을 입고 있었지만 한눈에 옆 병실의 신부님임을 알아보았다. 쾌활하고 밝은 표정이었다.

내가 일어나 먼저 인사를 드렸다. 소설 쓰는 아무개입니다. 하고 말씀드렸더니 어떻게 왔느냐고 물으셨던 것 같다. 나는 4차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 중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신부님은 웃으며 “걱정 마세요. 나는 스무 번도 넘게(정확한 횟수는 기억나지 않는다) 항암치료를 받았습니다.”라고 위로했다. 환자복 바깥으로 체내의 분비액을 뽑아내기 위한 작은 주머니가 매달려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잠시 후 신부님은 자신이 쓴 책을 들고 다시 나타나 내게 주었다. [친구가 되어 주실래요]라는 책이었다. 나는 휴게실에 앉아 단숨에 다 읽었다. 그제 야 신부님이 어디선가 읽었던 아프리카 수단에서 선교활동과 봉사를 하던 화제의 주인공임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처럼 훌륭한 일을 한 신부님이, 그것도 한눈에 보기에도 새파랗게 젊은 신부님이 ‘절대 안정’이라고 쓴 팻말을 병실 앞에 내걸 정도로 병세가 악화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신부님의 병실 앞에는 식사 때마다 배달되는 음식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약간의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신부님 누이가 나를 알아보고 찾아와 눈물을 훔치며 동생이 아깝다고 하소연했다. 하소연을 들으며 나도 가슴이 미어졌다.

그러나 가슴이 미어진다 해도 나나 신부님이나 이제 모든 운명이 엿장수 마음에 달려 있음을 알고 있으니 어차피 부질없는 연민이었다. 우리야말로 목판 위에 놓인 엿가락에 불과하지 않는가. 간혹 복도에서 마주치는 신부님의 얼굴에도 생의 미련을 버리려는 단호함이 조금씩 깃들어 있었다. 나는 신부님이 육신의 허물을 벗으려는 찰나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입원하고 2~3일 후였던가.

어느 날 휴게실에 나갔다가 신부님이 창가에 앉아 포터블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인기척에도 눈을 뜨지 않을 만큼 음악에 몰두하고 있었고, 나 역시 깊은 침묵을 깨뜨릴 수 없었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신부님이 듣고 있는 음악이 그의 정신적 고향인 아프리카의 전통음악임을 알 수 있었다.

신부님은 간정하게 눈을 감고 그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청소년 시절에 배운 흑인 영가가 떠올랐다.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오곡백화가 만발하게 피었고 종다리 높이 떠 지저귀는 곳

이 늙은 흑인의 고향이로다.

(…)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이 몸이 다 늙어 떠나기까지 그 호숫가에선 놀게 하여주.

거기서 내 몸을 마치리로다.

미사와 마사는 어디로 갔나.

찬란한 동산에 먼저 가셨나.

자유와 기쁨이 충만한 곳에 나 어서 가서 쉬 만나리로다.

신부님은 자신의 청춘을 바친 아프리카 수단의 톤즈로 가고 싶어 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오곡백화가 만발하게 피지 않고 종달새 높이 떠 지저귀지 않는 황폐한 전란의 폐허 속에서 신부님이 일궈낸 지상의 천국에 가고 싶어 하고 있구나.

신부님의 육신은 병들어 비록 병원 휴게실에 초라한 걸레처럼 놓여 있으나, 영혼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자유와 기쁨이 충만한 곳에 벌써 가 계시니.

그날 밤 주치의가 내게 와 말했다. 일시적으로 촉진주사를 맞기보다는 집으로 돌아가 며칠 더 휴식을 취한 다음 입원하여 4차 항암치료를 시작하자는 소견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일단 나는 퇴원했다. 짐을 싸고 있는데 옆방에서도 뭔가 부산스러운 소리가 드렸다. 낯익은 신부님의 누이가 낮은 목소리로 울먹이며 말했다.

“아무래도 끝인가 봐요. 신부님이 수도원에 들어가서 며칠 푹 쉬고 싶으시다 해서…….”

나는 퇴원 수속을 마치고 가족들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후 옆방으로 찾아갔다. ‘절대 안정’이라고 쓴 팻말도 사라지고 병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잠시 화장실에 들어가신 신부님이 나오시길 기다렸다가, 신부님이 나오시자마자 달려가 손을 잡고 부둥켜안았다.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서로를 껴안았다. 쉽게 깨어지는 유리 제품을 조심스럽게 다루듯. 그리고 이별의 말도 없이 헤어졌다.

일주일 뒤 나는 다시 입원했다. 무심코 옆 병실을 보았다. 신부님의 이름이 적힌 환자 명패는 보이지 않았다.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며칠 전에 선종했다는 전언이었다.

나는 햇살이 가득한 휴게실에 앉았다. 간호사가 와서 피를 뽑았다.

신부님의 육신은 허물을 벗고 자유와 기쁨이 충만한 그것으로 가셨다. 이제와 우리 죽을 때에, 죄인인 우리를 위해 대신 빌어주시는 성모마리아님의 품에 일찍이 천상의 호숫가로 떠나셨다. 우리가 함께 나눈 짧은 포옹은 생과 사가 교차하는, 지상과 하늘나라가 연결되는 찬란한 동산에서 나눈 날카로운 영원의 첫 키스와 같은 것이니. 신부님, 나의 이태석 신부님, 이 가엾은 죄인을 위해 우리 주 하느님께 빌어주소서.

그날 오후 피검사 결과가 나왔다. 백혈구 수치가 정상이었다. 다시 항암치료가 시작됐다.

2011년 6월

최인호.

 



국민 추천으로 무궁화장 추서, 모든 국민의 가슴을 촉촉이 적신 이태석 신부 이야기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 그것은 사랑이다.” 


그는 가장 낮은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사랑과 희망, 행복의 참모습을 발견했다.
 

아프리카에 희망을 심은 성자, 이태석 신부의 사랑과 나눔, 행복의 이야기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추천의 글' 중에서
이 책이 이태석 신부님의 향기를 세상에 전하는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합니다.
더 나아가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 나눔의 진리를 터득했으면 합니다.
그래서 사랑의 보화를 발견하기를 기원합니다.

이태석 신부의 아름다운 삶을 추억하다!

감동 휴먼 다큐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담은 『나는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이 책은 아프리카 톤즈의 아버지이자, 의사였고, 선생님, 지휘자였던 쫄리 신부님, 이태석의 삶을 되짚어본다. 이태석 신부의 친구와 지인, 이태석 신부가 어린 시절을 보낸 당시의 성당 봉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복원한 유년기와 청년기의 이야기부터 성직자가 되어 오래전부터 꿈꾸었던 아프리카 선교를 위해 수단 남부의 톤즈로 향하고, 대장암 말기의 투병생활 중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고자 했던 이태석 신부가 2010년 1월 14일 영면에 들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선교사, 이태석 신부의 아름다운 생애는 우리에게 참된 삶을 살아가는 원리와 진리를 일깨워준다.

목차
추천의 글 정진석 추기경 
머리말 나는 당신이 부럽습니다. 

하느님이 이끄시는 길 
2009년 12월 
부산 가는 길 
고통의 성자, 다미안 신부 
하느님이 주시는 것들 
의대생 이태석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성직자의 길로 들어서다 
돈 보스코의 생애 
첫 서원 그리고 첫 만남 
눈물의 첫 미사 

나는 지금 행복을 배우고 있습니다 
수단에서의 첫날 
수단, 그리고 톤즈 
아프리카에 살았기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톤즈 돈 보스코 학교의 기적 
마르지 않는 샘물 
편도 티켓 

이 세상은 아름다운 꽃밭입니다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저녁놀 속으로 걸어가는 뒷모습 
00871 762601692 
이태석, 그 후 
부산을 떠나며 

발문 내 고향으로 날 보내주  - 소설가 최인호

저자 우광호 
1969년에 태어나 강원도에서 성장했다. 대학에서는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가톨릭 언론에 몸담은 후 평화방송, 평화신문 기자와 가톨릭신문 취재부장을 지냈다. 현재 가톨릭 전문 월간잡지의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 아프리카』, 『아빠의 기도』, 『유대인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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