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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신간 도서

여자의 몸

왜 다시 女子인가?

 

여성의 언어로 생명을 노래하는

한국의 대표시인 문정희와 20대 여성들의 멘토

유인경 기자가 만나다!

여자의 몸은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욕망과 독을 지닌 신비한 복합체이다

-본문 중에서

 

 

문정희 시인 vs 유인경 기자
기센 두 여자의 ‘여자의 몸’에 관한 유쾌한 수다!


2014년 겨울, 유인경 기자는 매주 토요일마다 한 시인과 약속된 ‘수다’를 떨기 위해 카페로 달려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과 인터뷰를 한 기자로 손꼽힐 만큼 수많은 사람을 만나온 그녀지만 빙판에 넘어져 머리를 다치고도 곧바로 약속 장소로 달려갈 만큼 그 만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슴 설레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녀가 오랫동안 사랑해온 시인, 시를 통해 ‘두 눈에 불이 확 켜지는 듯한 희열’을 맛보게 한 그 시인에게 그녀는 ‘여자의 몸’을 주제로 감히 대담을 제안했고 시인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던 것이다.
유인경 기자를 그토록 가슴 두근거리게 한 사람은 여전히 길들지 않은 야성의 호흡을 간직한 여자. 지금도 자신의 알몸에게 말을 거는 영원한 젊음의 시인, 여성의 언어로 생명을 노래하는 한국의 대표시인, 문정희였다. 세상의 벽에 맞서 당당한 열정과 실력으로 거침없이 살아온 두 여자의 기운이 공명했던 것일까. 그해 겨울, ‘여자의 몸’에 대해 말하기 위해 그들은 그렇게 만났다.


‘여자의 몸’에 대한 모든 것― 그 유쾌한 탐구의 기록 『여자의 몸』


이처럼 『여자의 몸』은 2014년 겨울 동안 문정희와 유인경이 여자의 몸을 주제로 나눴던 유쾌하고도 진지한 대화의 기록이다. ‘커피를 네 잔씩 마셔가며 거침없이 솔직하게 토로하는 경험담에 울고 웃었고 여자로 산다는 것의 자부심과 아픔을 깊이 되새겼다’는 유인경의 고백처럼, 지난겨울 21세기 새로운 팜므파탈의 탄생을 꿈꾸는 두 여자가 나눈 대화의 깊이와 생생한 감동을 고스란히 담았다.
『여자의 몸』은 기센 두 여자의 거침없는 목소리를 담았지만 경박하거나 가볍지 않다. 단순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아니라, 여자의 몸을 통해 억압받는 여성의 현실과 참된 여성의 주체성을 고민하고, 나아가 남녀 상호간의 진정한 이해와 소통의 길을 모색한다.
‘성과 에로스’ ‘모성’ ‘억압’ ‘생명 주체’라는 4가지 주제 아래 여자의 몸을 성찰하면서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답하는 이 책은 비너스부터 창녀까지, 여성학자에서 헐리우드 스타들까지, 성경부터 막장드라마까지 여자의 몸과 관련된 모든 것을 탐험한다. 또한 문학사와 여성학, 사회학, 미술사를 종횡무진 오가며 벌어지는 두 사람의 솔직담백하고 유쾌한 입담은 관념적인 페미니즘 담론의 한계를 뛰어넘어 영원한 생명의 사원으로서의 여자의 몸에 대한 생생한 통찰은 물론, 삶과 예술에 대한 열정, 시적인 감동의 순간을 선사한다.


시詩로 읽는 여자의 몸, 여자의 생生


무엇보다 『여자의 몸』을 매력적이게 하는 가장 큰 특징은 우리의 심장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 바로 시詩를 통해 여자의 몸을 느끼고 읽어낸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여자의 몸에 관해 가장 많은 시를 썼고, 여성의 언어로 시를 쓰는 한국의 대표시인 문정희의 시 스물일곱 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여자의 몸』은 그 자체로 ‘여자의 몸’을 닮았다. 시를 통해 느끼고 사유하고 공명하는 과정 속에서, 이론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여자’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인경은 대담을 정리하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어떤 의학 지식이나 철학적 이론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뭉클하게 다가가는 ‘시’를 통해 아름답지만 고통스러운, 위대하지만 처절할 만큼 복잡한 여자의 몸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다.
―‘나가며’ 중에서

여성성의 강렬한 에너지와 원초적인 목소리를 생생히 담고 있는 문정희의 주옥같은 시편들을 함께 읽어가다 보면 이야기 주제는 자연스럽게 여자의 성性, 모성애, 사회적 억압, 생명주체 등 여성학이 다루는 문제의식 전반을 아우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문정희의 시를 읽는 것은 곧 여성 주체에 대한 사회정치적 성찰이 되고, 지금 이곳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 작업이 된다.


눈부시게 타오르는 생명의 시인,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약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 둘 바를 모르리
―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애송되고 회자되는 시인, 문정희. 미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세계 12개국의 언어로 시집이 번역될 만큼 국제적으로도 문학성을 인정받고 있으며 이미 교과서에도 여러 편의 시가 수록된 명실공히 한국의 대표시인이다.
그런 문정희의 시가 들려주는 여성의 원초적 목소리는 태양처럼 눈부시고, 때로는 심연처럼 어둡다. 그녀의 시는 남성중심주의적 질서가 지배하는 현실세계에서 찢기고 도려내지고 상처 입은 여성의 실존을 누구보다 대담하고 강렬하게 표현해낸다. 또한 이 땅의 여성들을 ‘피 흘리는 유령’의 삶으로 몰아넣는 사회적·정신적 억압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푸른 하늘로 비상하는 진정한 팜므파탈의 웃음소리를 들려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정희 시의 비의를 섬세하게 읽어내면서 여자의 참된 주체성을 모색하는 『여자의 몸』은 거침없는 상상력과 당당한 목소리를 통해 사회적 편견과 정신적 억압의 족쇄에 묶여 여전히 신음하고 있는 오늘의 여성들의 삶에 새로운 물길이 열리는 듯한 희열과 해방감을 전해줄 것이다.

 

21세기인 오늘, 여자의 몸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제가 알몸으로 살라는 것은 처녀다운 몸을 유지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걸 회복하라는 뜻입니다. 당당한 알몸으로, 자신의 재능에 대한 의구심이나 몸에 대한 열등감, 자괴감을 떨쳐버리고, 남의 시선에 주눅 들지 말고 오로지 자신답게 살라는 겁니다.
―본문 중에서


문정희 시인은 이 시대의 여자들에게 ‘알몸으로 살라’고 주문한다. 그 어떤 부당한 억압에도 굴하지 말고 당당한 자기 자신으로 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체적 삶의 출발점에 바로 여자의 몸이 있다. 여자의 몸을 분할하고 상품화하는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적 폭력을 직시하고, 그 너머 생명의 원형을 품은 눈부신 태양으로서의 여자의 몸을 발견하는 것, ‘혼(魂) 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몸 중심’의 사고로 이동하는 것. 『여자의 몸』이 이 시대의 여성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차례>

● 들어가며

1. 성과 에로스로서의 여자의 몸
- 창녀와 천사

2. 모성으로서의 여자의 몸
- 탯줄

3. 억압 대상으로서의 여자의 몸
- 새에게 쫓기는 소녀

4. 생명 주체로서의 여자의 몸
- 물을 만드는 여자

● 나가며

■ 인용시 수록 시집     

 

<저자소개>


문정희

한국의 대표시인 문정희는 여성성과 일상성을 기초로 한 특유의 시적 에너지와 삶에 대한 통찰이 담긴 시와 산문으로 문단과 독자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진명여고 재학 중 백일장을 석권하며 주목을 받았고, 여고생으로서는 한국 최초로 첫 시집 『꽃숨』을 발간했다. 대학생이던 1969년 〈월간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스웨덴의 하리 마르틴손 재단이 수여하는 〈시카다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응』 『다산의 처녀』 『나는 문이다』 『남자를 위하여』 『오라, 거짓 사랑아』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아우내의 새』 등을 펴냈으며, 영어 번역시집 『Windflower』 『Woman on the Terrace』를 비롯하여 다수의 시가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스웨덴어, 일본어 등으로 번역되었다. 고려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시인협회장 및 동국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인경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30여 년간 기자 생활을 해온 유인경은 경향신문사에서 펴내는 시사 주간지와 여성지의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는 경향신문 편집국 부국장 겸 선임기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방송 출연,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가장 많은 사람을 인터뷰한 기자로 손꼽히며, 고교생부터 팔순 어르신까지 남녀노소 불문 다양한 이들과 교류하며 누구와도 수다를 떨 수 있는 것이 특기다. 직장 초년생과 대학생에게 멘토가 되어줄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초청해 대화의 시간을 갖는 ‘알파레이디 리더십 포럼’을 기획·운영하고 있으며, 그 밖에 ‘청춘고민상담소’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왕언니 유인경의 직딩 119’(팟캐스트) 등을 통해 20대 여성들과 소통하면서 그녀들의 대표적인 워너비이자 멘토가 되었다.
펴낸 책으로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이제는 정말 나를 위해서만』 『유인경의 해피 먼데이』 『대한민국 남자들이 원하는 것』 『내 인생 내가 연출하며 산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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